제가 교차편집을 오랫동안 하면서 아이돌을 닳고 닳도록 많이 봐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모니터로만 봐왔다는 것... 실물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지방에 사는 제가 수도권까지 달려가서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 본 아이돌도 없고... 주변에 아이돌에 관심 있는 지인이 한 명도 없어서 보러 갈 명분이 없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아이돌을 모니터로만 보는 건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어서 가수들이 떼거지로 나오는 연말을 노려보자 하고 몇 년 전에 연말 음방 방청 신청도 해보고 티켓팅도 해봤는데요... 다 실패해서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위버스콘 티켓팅이 열린다는 소문을 어디서 듣고 도전을 하게 되었고
예상과 다르게 티켓팅을 이틀 치나 성공했습니다. 수만 명의 예매 대기자들에 밀려서 늦게 들어갔는데 그린패스는 비지정 좌석제라 수량만 입력하고 구매하면 됐었고 콘 티켓은 다행히 뒷자리라도 남아있더라고요. 저는 막 몇 분 만에 다 매진될 줄 알고 쫄았음
맨 뒤 412 구역이긴 한데... 인스파이어는 뒷자리여도 시야가 좋다고 들어서 이거라도 어디냐 하며 미련 없이 티켓팅 창을 닫았습니다.
... 미련이 생겨서 망원경을 샀습니다.
그린패스 티켓으로 볼 수 있는 위버스 파크 공연은 잔디밭에 앉아서 보는 공연이기 때문에 돗자리도 챙겨가야 합니다. 허용규격은 1.2m X 1.2m
하지만 앞자리 빌 때마다 후다닥 옮겨야 하기 때문에 돗자리는 사치입니다. 엉덩이만 간신히 들어갈 방석을 준비했습니다.
전날 밤 짐을 다 싸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섰습니다. 작년 위버스콘 후기들 보니 쪄 죽을 뻔했다던데 다행히 날씨가 시원해서 긴팔 입고 나왔어요.
KTX 타고 서울역 가서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화물청사역으로 가야 합니다...
인스파이어로 가는 셔틀버스가 공항화물청사역에 오거든요.
여기서 작은 팁... 처음에 공항철도 직통 열차로 예매했다가 공항화물청사역에 안 선다는 사실을 전 날에 알게 되어서 취소했습니다. 공항화물청사역 가려면 공항철도 일반 열차를 타십시요.
공항철도 안에서 위버스 줄서기 신청하려고 위버스 앱을 켰는데... 이미 마감됐답니다. 다들 재빠르군
공항화물청사역에 내려서 밖으로 올라가면 인스파이어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탑승.
한 10분 정도 달렸나... 창밖에 웅장한 인스파이어가 보입니다.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지도
사실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따라가다가 정신 차려보니 팔찌 배부처로 왔고
그린패스 팔찌를 받았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부채 요정께서 부채를 나눠주십니다.
위버스 파크 입장 대기줄입니다. 11시 좀 넘어서 도착했네요.
12시 좀 넘어서 입장을 시작했습니다. 위버스 앱으로 줄서기 신청하신 분들 먼저 입장하느라 20분 정도 늦게 들어갔네요.
출연 가수들 이름을 잔디에 박아놓은 모습
언덕을 계속 올라가다가 오른쪽을 보면 화장실 건물, 푸드 코트가 보입니다. 공연 볼 때 화장실이랑 식사는 어케 해결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무대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스크린 뷰인데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행히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아서 돈 주고 산 티켓으로 저기서 보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위버스 줄서기 실패했는데도 무대에서 이 정도 거리에 착석했습니다. 3배줌 땡긴 거긴 한데 이 정도가 체감 시야였어요. 이것도 감지덕지
중간중간 안내 영상이 나옵니다.
저는 점심을 먹기 위해 푸트코트로 내려왔습니다.
앱으로 주문 가능
메뉴가 그리 많진 않습니다.
음료수 사고 싶었는데 화장실 마려울까 봐 참았습니다.
식사는 닭강정 시키려다가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 싶어서 소고기 불초밥 주문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 메뉴 파는 푸드코트만 줄이 제일 길었다는
첫 순서는 NOWADAYS인데 밥 먹느라 놓쳤고...
츄 무대부터 봤습니다.
다소곳 대기하는 츄님
only cry in the rain이라는 곡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거리가 멀구나... 얼굴이 안 보여서 당황했습니다.
미천한 S23+ 카메라로는 얼굴이 담기지가 않습니다... 울트라 살걸...
결국 전광판으로 눈을 돌렸습니다..ㅠㅠ 무대만 봤을 땐 생각보다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먼 거리였음...
츄 무대가 끝난 후 래퍼 한해님이 MC로 등장하셨습니다.
아일릿 댄스 담당하시는 분 두 분 나오시고 댄스 가르쳐주시면서 따라해보는 코너가 진행됐는데 중간중간 춤추는 관객을 화면에 잡습니다 ㅎㄷㄷ; 잡히시는 분들마다 놀라서 표정 ㅇ.ㅇ 된 채로 황급히 얼굴 가리고 관객분들 웃음 터지심...
저는 극내향 인간이라 춤은 못 따라하고 조용히 구경만
다음 순서는 뮤지컬 배우 민경아님
여러 곡 부르셨는데 뮤지컬은 문외한인 저도 아는 '록시'랑 영화 알라딘 OST인 '침묵하지 않아' 정도가 기억나네요
다음 순서는 악뮤
이찬혁님 처음 등장할 때 밴드 멤버인 것처럼 등장해서 못 알아봄요
마이크 건네주고 나서 벅벅 닦는 모습
오랜 날 오랜 밤, 낙하, dinosaur,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give love, 200% 등등.. 이거 말고도 여러 곡들까지 한 시간 정도 알차게 공연하다 간 거 같습니다.
악뮤를 끝으로 위버스 파크 낮 공연은 종료되었습니다.
오후 6시 반부터 저녁 공연이 시작되어서 NELL, 10CM가 나왔고
이 분들 끝나고 자리가 하나둘씩 비워지니까 뒤에 계시던 관객분들이 민첩하게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ㅋㅋ
왜냐하면 다음 순서가
보이넥스트도어 거든요. 중간중간 대기 시간에 보넥도 뮤비 나올 때마다 함성 소리 들려서 보넥도 팬분들 많이 오셨구나 싶긴 했어요. 저도 보넥도 노래 좋아해서 내심 기대
첫 곡은 최근에 나온 곡인 I Feed Good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기온 뚝 떨어져서 덜덜 떨면서 봤다는;;
하늘에 별은 하나도 없었지만 So let's go see the stars 무대도 했습니다. 노래 좋다.
중간중간 아련하게 원샷 잡히는 얼굴들
앵콜까지 해서 한 시간 넘게 알차게 공연하다가 떠났습니다. 다 교차편집 했었던 곡이라 모르는 곡이 없었네요 ㅋㅋ
보이넥스트도어를 끝으로 공연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때 기온이 16도.. 춥고 배고프고 화장실 마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공연 끝나고 직원분께서 무대 근처에 있는 화장실 건물은 이용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알려주셔서 광장까지 걸어 나간 후 화장실에 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간이 화장실이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네요.
호텔 도착 후 밤 10시 돼서 먹는 저녁
너무 부실하죠? 걱정 마세요 피곤해서 저것도 다 못 먹고 잤습니다.
다음 날
오늘은 위버스 콘 공연을 보는 날입니다. 저기로 들어가면 될 것 같군요.
들어가서 계속 걷다 보면 안내판이 여러 개 놓여있습니다. 건물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이거 없었으면 못 찾아갔을 듯...
왼쪽 계단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보고 공연장 근처에 왔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아마 2층에 올라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가 아마 인스파이어 아레나 구역일 겁니다. 공간이 이렇게 넓은데 앉아서 대기할 의자 한 개 조차 없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의자가 있으면 내부 매장들이 장사가 안 되겠군요.
돌아다니다 보면 천장에 대형 LED도 있습니다. 특정 시간마다 고래쇼도 나온다는데 저는 못 봤네요.
티켓박스도 있는데 1DAY PASS 티켓 전용인 걸 보니 저랑은 상관없는 구역인 것 같습니다.
위버스 실내콘 보려면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 당최 알 수가 없어서 직원 분께 여쭤보니 여기로 들어가면 된답니다.
대신 들어가면 재입장 불가. 아니 그럼 화장실도 못 가나요?! 라고 하니 내부에 화장실은 있답니다. 휴
들어오니 공연장이 바로 있는 게 아니고 이렇게 대기 공간이 또 있더라고요. 다행히 여기엔 의자가 있었습니다. 3시 반에 들어와서 1시간 좀 넘게 대기했네요.
공연장 문이 4시 반에 열린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45분 되어서 입장했습니다.
착석
제 자리는 412구역 D열입니다.
체감 시야입니다. 나쁘지 않죠? 그래도 얼굴은 안 보입니다 ㅋ
중앙 맨 뒷자리라서 가수가 나오기 전에 화려한 조명에 감싸지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다예요.
첫 순서로 LUN8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순서는 피원하모니
(발캡쳐 죄송함다 이렇게만 찍어놔가지고...)
세 번째로 UAU가 나왔습니다. 신인 걸그룹인가?? 했는데 드림캐쳐 멤버 세 명으로 구성된 유닛이더라고요.
네 번째는 투어스. 투어스 노래도 교차편집을 많이 했어서 아는 노래가 많았네요.
그다음엔 르세라핌 멤버 채원, 은채 님이 나와서 무대 소개를 하더라고요.
UAU가 나와서 보아 곡 커버 무대를 하고
세트장과 함께 보아가 등장했습니다.
근데 이날 아쉬웠던 거... 전광판이 화면 역할을 제대로 못합니다. 왼쪽에 얼굴 잘린 거 보이시죠? 스크린 두 개를 이어놓은 거 같은데 화면이 저렇게 잘리더라고요.
그다음은 르세라핌이 나왔습니다. 멤버 허윤진은 허리 통증으로 못 나왔다고 하네요.
마지막 순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 팀도 교차편집을 많이 했어서 모르는 곡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이날은 전광판 상태도 별로고 거리도 멀다 보니 올릴만한 짤이 크게 없어서 간단히 소개만 하고 넘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이틀간 생에 처음으로 콘서트를 본 후 느낀 점은
1. 돈이 몇십은 기본으로 나간다.
티켓비용 약 30만원... 왕복 교통비 약 10만원... 숙박비 약 20만원.... 기타 비용 다 합하면 총 70만원 이상 깨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호텔을 저렴한 곳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적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2. 이상하게 기대했던 것보다 큰 감흥이 없다.
너무 멀리서 봐서 그런 걸까요...? 무대를 처음으로 직관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실감이 안 난다고 해야 하나 주변 사람들과 달리 뭔가 나만 못 즐기고 있는 느낌.. 진짜 이상하게 집에서 무대 영상 볼 때보다 감동이 없었어요. 왜지?... 근데 인터넷 보니까 저 같은 유형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되게 좋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어요.
3. 다음엔 가까운 자리를 노려봐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멀어서 감흥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거 말고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다음엔 가까운 자리를 구한 게 아니라면 콘서트는 안 갈 것 같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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